산본점 오픈 스토리
2015-08-28
“네 말도 옳고 내 말도 옳다” 고객과 사장도 마찬가지
구름공방 산본점 권오양 사장. 인터뷰 전 웹사이트에서 구름공방 산본점을 찾아봤다. 벌써 몇몇 블로거들이 맛집 리스트에 올리고 사진과 리뷰를 남겼는데, 그중 눈에 띄었던 글. “나무를 안고 가게 여기저기를 구경시켜주시고~ 아기가 관심 가지는 것들 보여주시면서 놀아주시는~^^ 너무 친절하고 감사했다~~” 나무는 블로거의 아들 이름. 그러고 나서 같이 실린 사진을 보니 매장 한쪽에 아기를 안고 있는 권오양 사장의 모습이 보인다. 인상에 남아 인터뷰 중 이 이야기를 꺼냈다.
“첫째가 일곱 살 둘째가 다섯 살인데, 아마 그 손님 아이가 큰 애가 다섯 살, 작은 애가 세 살이었을 거예요. 역지사지, 저도 아이 키우는 부모이다 보니 내가 단 10분이라도 아이를 봐주면 아이 엄마, 아빠가 편히 식사할 것 같아 잠깐 아이를 안고 가게 구경을 시켜줬죠.”
‘역지사지’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그. 이어 “사실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이 식당이나 카페에서 한가롭게 식사하기가 편치 않아요. 저도 부모 입장에서 그 마음이 헤아려지는 거죠. 식당 가서 아이들이 보채기라도 하면 눈치 보이거든요. 그렇게 마음이 편치 않으면 모처럼 마련한 외식자리인데 괜히 외식을 나왔느니 하며 부부끼리 싸움이 날 수도 있고요. 가족끼리의 외출이 고통의 시간이 되는 거죠. 뭐 집에서 짜장면이나 시켜 먹을 걸 뭣하러 나왔으냐 하면서요”라며 호쾌하게 웃는다.
13년을 대형마트에서 일했다는 권오양 사장은 몇 마디 나누지 않고서도 달변가임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인터뷰어가 묻지 않아도 술술 이야기가 거침없다.
“‘네 말도 옳고 내 말도 옳다.’ 황희 정승도 그리 말하지 않았어요. 고객과 사장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구매자와 판매장의 경우도 그렇고요.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는 거죠.”
아마 그의 이런 마음가짐이 고스란히 고객을 대할 때마다 나타나는 것이리라.
손님들이 오셨을 때 주문하지 않은 음식도 조금만 따로 맛보여 드리기도 한다는 그. 아마 단순히 메뉴 홍보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매장의 다른 맛있는 음식도 궁금할 법한 손님을 대접하는 그만의 배려인 듯. 아이들이 오면 치즈볼, 치킨델리 같은 요리를 꼭 한 개씩 튀겨서 뽀로로 접시 같은 데다 담아 내고는 “맛 한번 보세요” 하고 쓱 들이미는데, 그러면 아이는 물론 부모도 무척 좋아한다고. 그리고 사소한 서비스에 자신 또한 기쁨을 얻게 된다고 덧붙인다. “돈을 들여서 전단지를 돌리지는 못하지만 한 분 한 분 방문하시는 손님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장사 비결이 아니겠냐”며, 그는 물질이 아닌 마음으로 고객에게 다가가면 설혹 장사가 안 되더라도 위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사장과 고객이 아니라 사람으로 아는 체 해주는 기분이 참 좋아요”
요즘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언제냐고 묻자, 손님이 나가시면서 “아저씨 제가 다른 친구도 데리고 올게요” 때론 “아저씨 저 또 왔어요”, “오늘은 어떤 서비스 주실래요? 지난번엔 감자튀김 주셨어요” 이런 말을 들을 때란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아니라 사장과 고객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으로 아는 체 해주는 기분이 참 좋다고. 물론 매출이 많으면 또 행복하고.
그러고 나서 역시 달변가답게 줄줄이 행복한 순간들을 꺼내 보인다.
“새벽 2~3시에 들어가면 애들이 이미 자고 있어요.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취침등을 켜고 자는데 흐릿한 불빛 아래 자고 있는 아이 귀에 대고 조그맣게 ‘서현아 아빠 왔어’하죠. 그러면 아이들이 무의식중에 고개를 끄덕이고, 그 볼에 뽀뽀를 해주는 게 행복이죠. 그리고 셋째를 가진 아내의 배가 점점 남산만 해지는 걸 보는 것도 행복이고. 오늘 10만 원을 팔았더라도, 내일 100만 원을 팔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행복이에요.”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도 안동의 아버지께도 잘하는 모습 꼭 보여드리고 싶다.”
사실 사전인터뷰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아마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이놈아, 그냥 회사나 다녀라” 하고 반대하셨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또 어쩌면 오히려 더 격려해주셨을 텐데, 아마 반대하셨더라도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셨을 텐데 아들이 처음으로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많이 아쉬워했다.
초등학교 2, 3학년쯤 때인가 지병이 있으셨던 어머니께서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셨는데 아직도 기억이 난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요양원이 기거하셨던 적도 있고, 완치 되셨다가 재발돼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어릴 때는 다른 엄마들은 튼튼하신데 왜 우리 엄마는 이렇게 숨이 가쁘고 허약하실까 원망 비슷한 마음도 있었다. 나이가 들고 나서는 어머니 모시고 해외여행 한 번을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장거리 이동을 못하셔서 긴 여행을 할 수 없었던 것.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금은 홀로 시골 안동에 계시는 아버지가 늘 마음에 걸린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혼자 의식주를 해결하셔야 하는데, 아버지는 결혼하기 전에는 어머니가 결혼하고 나서는 아내가 살림을 거두고 수발하던 세대 아니던가. 시골에서 그 어려울 때 농사지으시면서 자식 키워 대학까지 보내는 일이 어디 보통일일까.
하늘에 계신 어머니에게도 안동의 아버지에게도 꼭 성공한 모습은 아니더라도 아들이 13년 동안 직장생활하다가 처음 시작하는 사업이니까 잘하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
“부모님껜 늘 감사한 마음이죠. 절 낳아주셨으니 고마운 거고, 또 제가 힘들고 어려울 때도 늘 응원해주시고 끌어주시는 분들이니까요.”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가족도 남도 사랑할 수 있다
부모님 이야기 끝에 아내에 대한 믿음과 고마움을 이야기하는 그. “진짜 마누라가 큰 힘이 됐어요. 하루는 잠자리에서 누워서 내가 뒤척거리는데 ‘왜?’ 그러더라고요. 그 전에 40대 중반이면 회사에서 나와야 하는데 회사 관두면 안 되느냐고 한 적이 있거든요. 그러고 나서 몇 번인가 농담처럼 그런 이야기를 흘린 적이 있죠. 그날도 무심히 ‘회사 관두면 안 돼?’ 그랬죠. 근데 먼저 첫마디가 ‘그래, 관둬’였어요. ‘그냥 우리 애들이랑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하지 않느냐면서요. 그야말로 소쿨하게.”
그동안 부부 사이에 신뢰를 쌓지 못했다면 과연 아내가 그리 쉽게 그의 등을 떠밀지는 못했을 것. 구름공방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어서 좋다는 권오양 사장. 부모님, 아내와 아이들 이야기에 그의 가족을 향한 애정이 한껏 묻어난다.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가족도 남도 사랑할 수 있는 법. 역지사지! 분명 그는 가족을 위하는 마음으로 고객을 대할 것이고, 그의 진심이 손님들에게 전해지리라.
“생쌀이 끓는다고 바로 밥이 되나요. 시간이 지나고 뜸을 들여야 밥이 되죠.”
그의 말대로 이제 새 밥 짓기를 시작한 권오양 사장.
권오양 사장이 가장 좋아한다는 ‘역지사지’.
이 마음만 잊지 않는다면 결국 권오양 사장이 맛있는 밥을 지어 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